
뉴스에서 국회가 밤을 넘겨 회의를 이어가고 한 의원이 몇 시간째 연단에서 발언하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필리버스터’입니다.
처음 들으면 단순히 ‘말을 오래 해서 법안을 막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 제도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한국에서는 국회법에 ‘무제한토론’이라는 이름으로 절차와 시작 요건, 끝내는 방법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미국 상원의 필리버스터도 자주 함께 언급되지만 한국과 똑같은 제도는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꼭 누군가가 연단에서 계속 말해야만 필리버스터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필리버스터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오래 말했느냐’보다 왜 시작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종료되고 표결로 넘어가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 필리버스터는 토론이나 의회 절차를 이용해 안건의 진행이나 표결을 지연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 한국 국회의 무제한토론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수 있고, 종결동의 제출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 미국 상원에서는 법안에 대한 토론을 종결하는 클로처에 통상 60표가 필요해 한국과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1. 필리버스터는 무슨 뜻일까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의회에서 안건의 심의나 표결을 늦추기 위해 토론과 각종 의사진행 절차를 이용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은 의원이 연단에서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발언하는 장면입니다. 다만 이것은 여러 형태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미국 상원에서는 실제로 계속 연설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을 이용해 안건의 최종 표결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형태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필리버스터를 단순히 ‘오래 말하기 대회’처럼 이해하면 실제 의회 제도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2. 한국 국회에서는 어떻게 시작할까
한국 국회법에서는 흔히 필리버스터라고 부르는 제도를 ‘무제한토론’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요건을 갖춘 요구서가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실시해야 합니다.
| 구분 | 한국 국회 기준 |
|---|---|
| 공식 명칭 | 무제한토론 |
| 시작 요구 |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 |
| 대상 |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수 의원 한 명이 원한다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에서 정한 수 이상의 의원이 함께 요구해야 합니다.
3. 무제한토론은 어떻게 진행될까
무제한토론이 시작되면 의원은 시간 제한 없이 해당 안건에 대해 토론할 수 있습니다. 국회법상 의원 한 명당 한 번만 토론할 수 있습니다.
한 의원이 발언을 마치면 다음 의원이 이어서 연단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의원이 차례로 참여하면 토론이 장시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제한토론이 계속되는 동안 본회의는 원칙적으로 토론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됩니다.
영화나 해외 사례에서 책을 읽거나 안건과 직접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한국 국회의 무제한토론을 미국의 장시간 연설 관행과 그대로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마다 의사규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4.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조건은 무엇일까
한국 국회의 무제한토론이 시작됐다고 해서 해당 안건을 영원히 표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종결동의를 제출했다고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뒤 무기명투표를 실시합니다.
이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무제한토론이 종료되고 해당 안건은 지체 없이 표결하게 됩니다.
회기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
한국 국회 제도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무제한토론을 하는 도중 해당 회기가 끝나면 토론도 끝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그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하며, 같은 안건을 대상으로 다시 무제한토론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필리버스터는 안건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처리를 지연하고 추가적인 토론과 정치적 논의를 확보하는 제도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5. 미국 상원의 필리버스터는 무엇이 다를까
필리버스터라는 말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곳은 미국 상원입니다. 미국 상원은 전통적으로 토론을 길게 허용하는 특성이 있어 필리버스터가 중요한 의회 절차로 발전했습니다.
1917년 미국 상원은 장시간 이어지는 토론을 끝낼 수 있도록 ‘클로처(Cloture)’라는 절차를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클로처에 3분의 2 찬성이 필요했지만 1975년부터 일반적인 법안의 토론종결에는 재적 상원의원의 5분의 3, 현재 기준 60표가 필요합니다.
| 구분 | 한국 | 미국 상원 |
|---|---|---|
| 주요 명칭 | 무제한토론 | Filibuster |
| 종결 | 재적 5분의 3 | 일반 법안 통상 60표 |
| 장시간 연설 | 실제 무제한토론 진행 |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님 |
또 미국 상원은 2010년대 규칙 해석을 변경해 대통령 지명자의 인준 절차에서는 일반적으로 단순과반수로 토론을 끝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상원의 모든 안건은 60표가 있어야 통과된다’고 표현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6. 필리버스터는 언제부터 사용됐을까
미국 상원에서 의사진행을 늦추기 위해 긴 토론을 활용한 사례는 의회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필리버스터’라는 표현 자체는 미국 정치에서 185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에 들어 필리버스터는 미국의 주요 정치쟁점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특히 남부 상원의원들이 반린치 법안이나 민권 관련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사용했던 역사도 있습니다.
1957년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은 민권법안에 반대하며 24시간 18분 동안 연설했습니다.
오랫동안 이 기록이 미국 상원 개인 최장 발언으로 알려졌지만, 2025년 4월 코리 부커 상원의원이 25시간 5분 동안 연속 발언하면서 개인 최장 상원 연설 기록을 새로 세웠습니다.
다만 장시간 연설 기록과 법률상·절차상 필리버스터는 반드시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현대 미국 상원의 필리버스터는 실제 연설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
필리버스터를 두고는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평가가 존재합니다.
소수 의견 보장이라는 시각
필리버스터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다수 의석을 가진 세력이 빠르게 안건을 처리하려 할 때 소수 의견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회적인 논의를 끌어낼 수 있는 장치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도 무제한토론제도의 입법취지 가운데 하나로 소수 의견이 개진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의사결정 지연이라는 시각
반대로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충분한 다수의 지지를 받은 안건도 장기간 처리하지 못하게 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활용될 경우 의회의 의사결정과 법안 처리가 지나치게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국 제도에서 종결 요건과 회기 종료 시 처리규정을 함께 둔 것도 소수 의견의 발언 기회와 안건 처리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리버스터가 ‘좋은 제도인가 나쁜 제도인가’ 하나로 정리되기보다는 어떤 시작·종결 조건을 두고, 어느 범위에서 허용할 것인지가 각 의회의 제도 설계 쟁점이 됩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 필리버스터는 그냥 말을 오래 하는 건가요?
A. 장시간 발언이 대표적인 모습이지만 필리버스터의 의미는 더 넓습니다. 의회 절차를 이용해 안건의 심의나 표결을 지연하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미국 상원에서는 실제로 계속 연설하지 않는 형태의 필리버스터도 가능합니다.
Q. 한국에서 의원 한 명이 혼자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국회법상 무제한토론을 시작하려면 본회의에 부의된 해당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은 요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Q. 필리버스터는 며칠까지 할 수 있나요?
A. 한국 국회법에는 단순히 ‘최대 몇 시간’이라는 방식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종결동의가 가결되거나 더 이상 토론할 의원이 없을 때 끝나며, 해당 회기가 끝나도 종료된 것으로 봅니다.
Q. 한국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끝나나요?
A. 아닙니다. 24시간은 종결동의를 제출한 뒤 표결할 수 있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이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종결됩니다.
Q.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법안이 폐기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종결동의가 가결돼 무제한토론이 끝나면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합니다. 회기 종료로 토론이 끝난 경우에도 다음 회기에서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Q. 미국 상원에서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무조건 60표가 필요한가요?
A. 아닙니다. 60표는 일반적으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극복하고 토론을 종결하는 클로처 기준입니다. 안건 종류와 적용되는 절차에 따라 의결 요건은 다르며, 대통령 지명자 인준의 토론종결에는 현재 일반적으로 단순과반수가 적용됩니다.
- 필리버스터는 의회 절차를 이용해 안건 진행이나 표결을 지연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 한국 국회법상의 공식 명칭은 무제한토론입니다.
- 무제한토론 요구에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 의원은 해당 안건에 대해 1인당 한 번 무제한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 종결동의 제출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끝낼 수 있습니다.
-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토론도 종료되고 다음 회기에서 해당 안건을 표결합니다.
- 미국 상원의 일반 법안 클로처에는 통상 현재 60표가 필요합니다.
- 필리버스터를 두고 소수 의견 보장이라는 시각과 의사결정 지연이라는 시각이 함께 존재합니다.
필리버스터의 시작·진행·종결 방식은 국가와 의회의 규칙에 따라 다릅니다. 미국 상원의 제도를 한국 국회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한국의 무제한토론 규정을 다른 나라 의회에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은 특정 정당이나 법안에 대한 찬반 판단이 아니라 2026년 현재 확인되는 한국 국회법과 미국 상원의 공식 절차를 이해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실제 개별 안건의 처리 상황은 당시 회기와 표결, 의사일정에 따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